할 일 관리 앱, 바꾸지 않고 오래 쓰는 실전 전략
왜 사람들은 할 일 앱을 계속 바꾸는 걸까?
“할 일 앱을 깔았다가 3일 만에 안 쓰게 됐어요.”
“이 앱도 좋아 보였는데, 막상 쓰다 보니 또 바꾸고 싶어요.”
생산성 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흔한 이야기다. 특히 할 일 관리 앱은 종류가 워낙 많고, 각자의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앱이 나올 때마다 비교하고 갈아타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.
하지만 앱을 자주 바꾸다 보면 정작 중요한 ‘할 일 관리의 핵심’은 흐려지고, 정보도 여기저기 흩어지게 된다. 매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UI, 기능, 동기화 설정은 생산성보다 피로감을 더 크게 만든다. 나 역시 Todoist, Things, Notion, TickTick, Microsoft To Do 등 수십 가지 앱을 써보고, 바꿔보고, 다시 돌아온 경험이 있다.
결국 깨달은 건 이거였다.
오래 쓰는 사람은 앱을 잘 선택한 게 아니라, 사용하는 방식을 정해둔 사람이었다.
이 글에서는 내가 어떤 기준으로 할 일 앱을 고정하고, 어떻게 앱을 바꾸지 않고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, 실제 루틴과 활용 전략 중심으로 소개한다.
① 앱보다 중요한 건 '루틴'과 '맥락'이다
많은 사람들이 앱을 바꾸는 이유는 ‘이 앱은 나에게 안 맞는 것 같아서’ 또는 ‘더 좋은 기능이 있어서’다.
하지만 실제로는 앱의 문제라기보다, 사용자의 루틴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. 할 일 관리의 핵심은 할 일을 기록하고, 우선순위를 정하고, 실행하며 회고하는 구조다. 이 구조는 어떤 앱을 쓰든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기능이다.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기능은 대부분의 앱에 포함되어 있다:
- 작업 추가 (Add Task)
- 마감일/반복 설정
- 폴더 혹은 프로젝트별 분류
- 알림/리마인더
- 완료 체크
결국 중요한 건 앱의 기능 차이가 아니라 이 기능을 매일 어떤 루틴으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.
나는 이걸 “사용자의 반복 구조 = 루틴화된 인터페이스”라고 부른다.
앱을 내 루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, 내 루틴을 앱에 맞춰 고정해두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.
예를 들어,
- 아침 9시에 앱을 열어 오늘 할 일만 보는 것
- 주말에는 ‘이번 주 미완료 항목’만 정리하는 것
- 매일 밤 10시에 다음 날 일정만 미리 추가해두는 것
이렇게 일정한 시간과 맥락에 따라 앱을 쓰면 앱이 익숙해지고, 생산성이 자동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.
② 내가 앱을 바꾸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던 전략
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할 일 앱은 Todoist다.
수년째 바꾸지 않고 유지하고 있고, 그 이유는 단순히 기능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래와 같은 4가지 사용 전략을 정해두었기 때문이다.
1. 기능 전체를 알 필요 없다 – 핵심 기능만 정해두기
처음에는 새로운 기능이 많을수록 흥미롭지만, 기능이 많다는 건 곧 방해 요소도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.
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아래 3가지만 고정해서 쓴다:
- 작업 추가 (inbox 또는 빠른 추가 기능)
- 오늘 탭만 보기
- 미완료 항목만 자동 롤오버되게 설정
이렇게 하면 앱에 들어가서 '오늘 할 일만 확인하고 나오는' 루틴이 생기고, 인터페이스도 복잡하지 않다. 결국 이 단순함이 오래 쓰게 만든다.
2. ‘프로젝트’는 최대 5개까지만 유지
할 일 앱에서 프로젝트나 폴더를 너무 많이 만들면 나중엔 어디에 무슨 할 일이 들어 있는지 스스로도 잊게 된다.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 폴더를 5개로 제한한다:
- 업무
- 콘텐츠
- 개인 루틴
- 장기 목표
- 보류/미정
이 기준은 앱에 따라 다르겠지만, 중요한 건 프로젝트 구조가 기억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.
3. 모든 입력은 inbox → 정기 정리
나는 어떤 아이디어든, 해야 할 일이든 모두 inbox에 먼저 넣고 매일 아침과 밤, 정해진 시간에만 분류하는 구조를 쓴다.
이렇게 하면 실행 도중 갑자기 생긴 일도 놓치지 않고, 앱 구조가 복잡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.
예:
- 오전 업무 전: inbox → 오늘 or 프로젝트 배정
- 저녁 10시: 미처리된 항목 점검 + 다음 날로 넘김
4. 앱 변경은 분기 단위 회고 후만 고려
‘앱을 바꾸고 싶다’는 유혹은 누구나 느낀다. 하지만 나는 앱을 바꾸고 싶을 때마다
"지금 내가 루틴이 무너진 건가, 앱이 부족한 건가?"를 먼저 따져본다. 그리고 앱 변경은 무조건 분기 회고 후에만 가능하게 스스로 정해두었다. 이 방식은 감정에 따라 앱을 갈아타는 걸 방지해주고, 루틴 유지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.
③ 오래 쓰기 위해 중요한 ‘심리적 설정’과 유지 팁
실제로 할 일 앱을 오래 쓰려면 기술적인 전략뿐 아니라 마음가짐과 환경 설정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.
나는 아래의 4가지 심리적 장치를 만들어두고 유지하고 있다.
1. 할 일을 적는 건 ‘기억의 외주화’라는 원칙
내가 할 일 앱을 쓰는 이유는 생산성보다 ‘기억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’다. 모든 걸 기억하려고 하면 인지적 피로가 쌓이고,
할 일이 많아질수록 집중력이 낮아진다.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할 일 앱을 내 두 번째 뇌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바로 입력한다.
2. 할 일을 앱에 적는 것으로 ‘끝’이 아니라, ‘시작’이다
앱에 할 일을 적어두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. 하지만 문제는, 적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.
그래서 나는 앱에 적을 때 반드시 실행 조건까지 함께 작성한다.
예:
블로그 글쓰기 → 블로그 글 초안 작성 (수요일 오후 3시, 카페에서)
이렇게 구체적인 실행 맥락까지 설정해두면앱은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라 실행 스케줄러가 된다.
3. 앱 사용을 ‘하루 3번만’으로 제한
하루 종일 앱을 열어보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다. 그래서 나는 아침(시작), 오후(중간 점검), 밤(정리) 이렇게 딱 3번만 앱을 열도록 설정해두었다. 이렇게 하면 ‘할 일이 쌓였다’는 압박감 없이 내가 앱을 주도하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.
4. 기록보다 ‘완료 체크’를 강조하는 습관
할 일 앱은 정보를 적는 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.
하지만 나는 완료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주는 성취감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. 할 일을 다 하지 못해도, 하루에 3개만 체크 완료되면
‘정리되고 있다’는 느낌이 유지되고, 루틴도 무너지지 않는다.
앱을 오래 쓰는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방식을 바꾼 사람이다
할 일 관리 앱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. 진짜 중요한 건 이 도구를 내 루틴과 흐름에 맞게 구조화하는 것이다.
나는 Todoist를 예로 들었지만, 어떤 앱이든 내가 사용하는 시간, 방식, 체크 흐름이 고정되면 더 이상 앱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. 당신이 할 일 앱을 자주 바꿨다면, 다음 번엔 앱을 바꾸기 전에 루틴을 먼저 바꿔보자. 그게 진짜 오래 쓰는 비결이다.